포기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행복의 뜨락
  • 이명순
  • 승인 2016.12.15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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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순 수필가.

군청 평생학습관에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 중에서 시간도 맞고 관심도 가는 중국어 강좌를 신청했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총 12회의 짧은 기간동안 외국어를 배워 습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중국어 맛보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했다.

처음 몇 번은 매주 목요일이면 열정적으로 중국어 교실에 갔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다. 우리 말과 다른 언어를 체험하고 알아가는 즐거움이 일상에 작은 행복이 되었다. 한자를 배웠으니 좀 수월할거라 생각했지만 중국어 간체자는 새로운 언어였고 병음도 영어 발음과는 전혀 달라서 점점 어려워졌다.

외국어 습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암기지만 나이 들어 시작한 공부니 마음대로 외워지지 않았다. 몇 번을 반복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거짓말처럼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어린 아이가 말을 배우듯 중국어 공부가 진행되었다.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상황은 여전히 반복되었지만, 시간이 가니 병음을 보고 따라 읽을 수는 있었고 어렵기만 했던 중국어 성조도 조금씩 그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 간단한 인사말을 할 수 있고 간체자만 보고 읽기는 어렵지만 병음을 보면 좀 읽을 수 있는 수준은 되었는데 정작 문제는 이제 시작이었다. 더 이상의 공부 진전이 안 되는 것이었다. 어휘를 연결해 문장을 완성해야 하는데 어휘 외우기가 내게는 넘지 못할 산이 되어 버렸다.

외국어인 중국어를 학생 입장에서 배우다 보니 참 많이 어려웠다. 내가 배우는 입장이 되어 외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학생들을 떠올렸다. 그들도 나 처럼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개개인의 수준 차이는 있겠지만 늘 반복해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며 가졌던 생각들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들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배우는 것인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람 관계가 그렇다.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다 보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 늘 내 입장만 생각하고 내 아픔만 생각하다 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넉넉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우연히 시작한 중국어 공부를 통해 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배우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생활에 활력도 되고 뭔가에 몰입하는 기쁨도 컸다. 그런데 외국어 공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꾸준한 관심과 노력 없이는 향상이 되지 않았다. 어렵다고 느끼면 재미도 없어지고 뜨거웠던 열정도 금방 식어버린다. 결국은 중도에 포기하게 될 것이다.

이런 나 자신을 알기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며 씨앗처럼 심은 말이 있었다. 중국 최고 갑부라는 알리바바 그룹 마윈 회장의 '영원히 포기하지 마라(永不放?)'란 말이다. 어렵고 힘들다고 쉽게 포기할까봐 나는 永不放?란 말을 자주 떠 올린다. 어떠한 경우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좀 걸려도 언젠가 중국어를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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