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삶
혼자하는 삶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7.02.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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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순 수필가.

작은 딸이 혼자 콘서트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혼자 가는 걸 이해 못하는 엄마에게 딸은 아무렇지도 않다며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영화도 혼자 보면 더 편해서 종종 혼자 간다고 한다.

엄마 입장에서는 딸이 사회 생활에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해서 친구하고 같이 가면 더 재미있지 않겠냐고 했더니, 각자 다들 바쁘게 살면서 시간을 맞추느라 소비하지 말고 혼자 행동하는 게 더 편하다고 한다. 기성 세대 입장에서는 혼자 영화를 보고, 콘서트에 간다는 것이 좀 이해하기 힘들다.

여행도 단체로 가고 의무적으로 나란히 서서 단체 사진을 찍어야 하고, 식당도 화장실도 단체로 우르르 몰려 가는 것에 익숙한 우리 세대다. 혼자 있는 것에 소외감을 느끼고 사회 생활은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것으로 알고 그렇게 살아 왔다.

요즘은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젊은 세대들은 인맥 관리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관계속에서 에너지를 소진하는게 싫어서 혼자 생활하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혼밥, 혼술은 기본이고 혼자 영화보기, 혼자놀기도 즐긴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혼자 하기를 선호하는 요즘 세대들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시장 현상 속에서 자발적으로 혼자인 소비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을 '얼로너(aloner)'라고 부른다. 얼로너는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해 혼자인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혼자하는 삶을 즐기는 얼로너가 많아지니 더불어 한 번 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자는 '욜로 라이프'도 늘어난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준말로 단순히 충동적인 삶이 아닌 한 번뿐인 인생을 제대로 살려는 것이다.

기성 세대에게는 생소하지만 올해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붉은 닭의 해에 비상의 날개를 달고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힘들지만 지금 이 시기를 살아내려는 젊은 세대들의 외침이다. 매 순간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려는 긍정의 에너지가 축적되면 희망의 미래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인 삶을 즐기는 얼로너들은 식당에 가서도 익숙하게 혼자 밥을 먹는다. 그렇지만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만지며 SNS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혼자를 즐기면서도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는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나 역시도 혼자의 삶을 즐기는 편이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혼자 쇼핑하고 밥 먹고 차를 마신다. 1인 가구는 아니지만 생각해 보니 혼자하는 것이 꽤 많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족들도 각자의 삶에 바쁘다 보니 혼자인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예전에는 시장에 가서 흥정도 하며 쇼핑을 했지만 요즘은 마트도 잘 안가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모든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는 편이다. SNS를 통해서 다양한 물건들을 직거래로 구입할 수 있다. 1코노미, 욜로라이프, 얼로너 등등 요즘 트렌드는 이미 익숙해 진 것도 있고 아직은 적응하기 힘든 것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충동적인 삶이 아닌 지금 살고 있는 매 순간에 충실하려는 의미를 기억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면 나중에 돌아볼 때 후회가 적을 것이란 기대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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