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니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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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이명순
  • 승인 2017.05.31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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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순 수필가.

큰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여름 휴가를 좀 이르게 가야 하는데 같이 가겠냐고 한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좋다고 했다. 대답하고 나니 금방이라도 여행을 떠날 것처럼 마음이 설렌다.

작년에는 딸들 덕분에 휴가를 두 번이나 갔었다. 직장 사정으로 날짜를 맞추기가 힘들어 아이들은 따로 여행을 갔는데 나는 두 번 다 같이 갔다. 딸 둔 부모는 비행기 탄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크고 보니 현실이 되었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지라 친구들과 일정 조율하기도 힘드니 편하게 엄마와 같이 가려는 것도 있고 나름 엄마를 배려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큰 딸과 9월 말에 대만으로 휴가를 갔었다. 큰 딸은 대만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와서 그런지 자주 대만에 또 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러웠는지 늘 그립고 가고 싶은 곳이라 했다. 그래서 떠난 여행이었다.

하지만 큰 아이와 처음으로 떠난 여행은 생각보다 화기애애하지 않았다. 평소에 가족들이 모두 같이 쇼핑을 하거나 식사를 했어도 큰 딸과 둘이서는 별로 다닌 기억이 없다.

고등학교 때 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고, 대학 다닐 때도 떨어져 지냈고, 재학 중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도 1년 간 떨어져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집에 있다가 다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1년을 또 떨어져 지냈다. 큰 딸은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이라 필요한 말 이외는 잘 하지도 않았다. 그런 언니와는 성격이 다른 작은 딸과 오히려 많이 다닌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사이가 나쁜 모녀 사이도 아니니 우린 계속 다니면서도 뭔가 조금은 어색했던 것 같다. 그렇게 타이베이에서 하루가 지나고 둘째 날은 좀 먼 곳으로 가게 되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관광지를 구경하면서 둘만의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대화도 늘어나게 됐다.

편안한 여행이 주는 여유 때문이었을까. 딸아이가 먼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도 처음에는 엄마와 단 둘이 여행하는 것이 좀 어색했고 성격 탓으로 엄마를 좀 불편하게 한 것 같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늘 고마웠는데 표현을 못 했다고 한다.

딸이 먼저 그런 말을 하게 된 이유는 내게 있는 것 아니었을까 싶어 미안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평소에 큰 아이에게 무언의 부담을 많이 준 것 같았다.

아이가 느꼈을 벽 같은 것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더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렇게 서로에게 쌓인 감정들을 교류하며 이전 보다 편안해졌다. 서로를 이해하며 배려하니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했고 즐거웠다. 그 느낌은 사진으로 보였다.

우린 곳곳에서 수 많은 사진을 찍으며 사진속에 서로의 마음도 담았다. 정원이 참 예쁜 임가네도 가고, 야시장도 가고, 마트도 가면서 이제는 행복한 모녀로 눈에 보이는 풍경들마다 추억으로 쌓을 수 있었다.

올해 다시 두 번째로 큰 딸과 여행을 준비하며 이번에는 더 즐겁고 유익한 시간들을 함께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어느새 다 커서 엄마를 이해하게 된 아이들... 가족 모두 같이 여행을 갔으면 싶은데 네 명이 일정 맞추기도 힘들다. 아이들은 애지중지 기르는 고양이 아톰이 때문에도 둘이 함께 여행을 갈 수 없다고 한다.

아톰이를 혼자 냅두고 가든지 어디 맡기라는 나에게 엄마는 참 매정하단다. 하지만 난 그 아톰이 때문에 올해도 두 딸과 따로 따로 행복한 여행을 기다린다. 우리에게 여행은 단순한 소통 그 이상의 삶이고 함께하니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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