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간 단 속
구 간 단 속
행복의 뜨락
  • 박윤희
  • 승인 2017.07.26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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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희 수필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모처럼의 외출로 기분도 좋고 날씨도 좋았다. 제한속도는 110Km인데 차들은 모두 쌩쌩 달린다. 나도 역시 140Km로 달렸다. 예전보다 자동차의 성능은 좋아졌는데 고속도로 제한 속도는 20년 전과 같다. 안전을 위해서 제한 속도를 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한 속도로 달리는 차들은 거의 없다.

간혹 속도위반 카메라가 설치된 곳에서만 차들은 느리게 지나가고 그 곳을 지나고 나면 다시 속도를 올린다. 차들은 물결을 따라 가듯 잘 흘러가고 있다. 나도 속도위반 범칙금을 여러 번 내고도 다른 차들과 뒤질세라 신나게 달렸다.

직선 길을 몇 시간째 달리다 보니 속도 계기판에는 140Km이 넘었는데도 80Km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나는 목적지를 향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 누가 내 차라도 앞지르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에 핸들을 꼭 쥐고 등을 곧 세우고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추월당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앞 차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 가는데 갑자기 차들이 느리게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마음에 둘러보니 구간단속 표지판이 보였다. 내비게이션 역시 나의 시속을 체크하며 구간 단속을 알린다. 차의 속도를 줄였다. 그 많은 차들 어느 하나 먼저 가려고 다투지도 않고 물 흐르듯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바짝 긴장하며 등을 곧추세우고 운전하던 나도 운전석 등에 기대고 편안히 운전을 하게 되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가 언제부터 서두르는 버릇이 생겼을까? 나 혼자만 천천히 가려니 뒤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서로 경쟁하듯 브레이크를 밟는다. 우리의 인생도 누군가를 추월하거나 이기려는 마음을 버리고 일정한 구간을 정해진 속도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생의 구간 단속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누군가 내 차 앞을 추월했다고 보복 운전하는 일도 생기지 않고 경쟁 상대에게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나의 인생길에 가끔은 브레이크를 걸어 줄 것이 무엇인가가 필요할 때가 있다. 십 여분이 지나고 구간단속 종료 표지판이 보인다. 구간단속이 종료되는 지점을 벗어나니 누구랄 것도 없이 차들은 모두 속도를 올리고 가던 길을 다시 바삐 움직인다. 잠시 사색에 잠겼던 나 역시도 액셀을 밟으며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우리의 인생도 가끔은 일정한 기간 동안만이라도 구간단속 시기가 있으면 어떨까? 엣 말에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처럼 무슨 일을 생겨야 쉬어가지 말고, 힘들면 쉬고 그늘을 만나면 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빠르게 움직이는 생활에 늘 쫓겨 살고 있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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