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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의 갑부
행복의 뜨락
2017년 08월 10일 (목) 12:19:30 이재선 수필가 이재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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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선 수필가.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와서 한번 보라고 부른다. 고무장갑도 벗지 않고 거실로 나가보니 팥빙수가게가 나오고 있었다. 작은 가게인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팥빙수 한 그릇 먹기 위해서 줄을 선다는 것은 나로선 이해가 안 되었다. 특별한 일이 있거나 집안 행사가 있어야 특별식을 해먹는 내게는 식당에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갖고 살았다.

사람들이 식당에 앉아서 먹는 것은 모두 팥빙수뿐이었다. 아이스크림이나 시원한 음료수도 있을법한데 팥빙수만 먹는 게 특이했다. 팥빙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손님들은 말했다. 사장님이 혼자 하다가 바빠져서 직장 다니던 아들을 불러서 같이 하는데 눈 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고 했다.
하얀 얼음 가루위에 팥 한 국자 올리고 떡 세 개, 사과잼이 올려졌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영업이 끝나고 가게 문을 닫은 뒤에 아들과 아버지는 더 바쁘게 움직였다. 국산 팥을 압력솥에 삶아내고 큰 솥에다 다시 부어 4시간을 저어가며 끓여야 비로소 팥빙수 팥이 완성된단다. 빙수에 올리는 사과잼도 직접 만들었다. 요즘처럼 모든 걸 공장에서 만든 것을 사다 쓰는 시대에 구슬땀을 흘리며 사과를 다듬고 끓이는 긴 과정은 감동이었다. 지금의 맛을 내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정성에 정성이 더해짐이 느껴졌다. 이토록 힘들게 만든 팥빙수 한 그릇의 값은 단 돈 2500원이다.

그런데 이 2500원으로 한 달에 1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니 사장님의 고생이 보상받은 듯 내가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삼복더위에는 시원한 것들이 사랑을 받는다. 냉커피와 맞먹게 팔리는 게 팥빙수라고 한다. 보기에도 시원한 하얀 얼음위에 팥과 각종 과일, 떡을 얹고 미숫가루로 마무리한 빙수 한 그릇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맛깔스러워 보인다. 그렇지만 먹어 보면 무슨 맛인지를 잘 모르겠다.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한 글처럼 주제를 파악하기 힘들다.

팥빙수면 팥의 맛이 배어 있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맛이 뒤섞여 본연의 맛을 찾을 수가 없다. 지난번 남편과 대만에 갔을 때 가이드의 강력한 추천으로 망고 빙수를 먹으러 갔었다. 하얀 얼음가루위에 싱싱한 망고를 올리고 약간의 아이스크림으로 장식한 게 끝이었다. 망고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하는 아주 깔끔한 맛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에는 퓨전 음식이 유행이다. 시대에 따라서 음식도 변한다. 한 가지 맛이 나는 고유의 음식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듯, 음식위에다 올리고 또 올리고, 첨가하고 또 첨가하여 새로운 음식이라고 광고를 한다. 그래서 한식인지 중식인지, 양식인지 구분이 안가는 음식이 너무 많다. 젊은이들은 그 입맛에 길들여져 있어서 괜찮겠지만 조금 나이 든 사람들은 고유의 맛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줄서서 먹는 그 집의 팥빙수도 고유의 맛을 살렸기에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찬사를 받는 팥빙수 한 그릇의 값이 요즘은 생각할 수도 없는 가격인 2500원이다. 정성에 정성을 더한 팥빙수위에 2500원의 갑부라는 명칭까지 올린 사장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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