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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시간의 기억
행복의 뜨락
2017년 08월 18일 (금) 09:14:45 이명순 이명순
   
▲ 이명순 수필가.

여동생이 입원을 했다. 이런 저런 핑계로 늦추던 수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한 결심이다. 두 아이 출산 때를 제외하고 입원이란 것을 해 본 적이 없는 동생이었다.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막상 입원을 하니 두렵다고 한다. 빈혈 수치가 낮아 여러 차례 수혈도 해야 했고, 복강경수술을 하기로 했지만 여의치 않으면 개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술하기 전 담당 의사는 수술 후에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후유증 등 안 좋은 경우의 수를 냉정하게 말해줬다.

담담하게 듣다보니 없던 걱정도 생겨나는 것 같았다. 어쩜 그리 안 좋은 경우의 수만 이야기를 해 주냐고 하니 의무고지 사항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동생은 선근종을 제거해야 하는데 확인 결과 혹이 너무 커서 복강경수술은 안되고 개복수술을 해야 했다.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는데 삼 년 전 남편이 수술 받던 기억이 떠 올랐다.

갑작스런 사고로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긴장감과 두려움, 적막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혼자 기도하며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어지렵혔다.

그리고 병원이란 장소가 참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밤에 환자도 보호자도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진도 모두에게 참 힘든 일들이다.수술실 밖에서 기다려 본 사람들은 그 시간이 얼마나 느리게 가는지 안다.

그래도 이번에는 아침 시간이라 다행이었다. 느리게 가는 병원 시계였지만 밝은 햇살이 위안을 주고, 더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었다.

모든 병은 미리 예방하면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는 것을 미련하게 방치하면 어려운 상황이 된다. 병은 참는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1.2kg이나 나가는 큰 혹을 떼어내고 통증으로 신음하는 동생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힘들어도 늘 밝은 모습이었던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니 새삼 가엽기만 하다.

동생은 친정 가까운 곳에 살아 형제들 중에서 어머니께 제일 효도하는 자식이었다. 건강이 안 좋은 어머니를 자신이 모시고 살겠다고 하며 살갑게 챙겨 드렸다. 나 보다 다섯 살이나 어렸지만 더 의젓했고, 같이 나이가 들어가니 희노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삶의 동반자였다.

돌이켜 보면 지나 온 삶에 여동생이 있어서 참 고마웠다. 집안 일을 함께 의논하고 넉두리도 하고 같이 여행도 할 수 있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처럼 서로에게 보호자였고 함께 인생길을 걷는 동행자였다. 여동생이 없었다면 내 삶은 더 외롭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건강할 때는 무덤덤했던 감정들이 아픈 동생을 보니 샘솟는다.

병원은 참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곳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얀 병실에서 외롭게 투병하는 환자들도 부지기수다. 그들에게도 마음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삶의 동행자가 있기를 소망한다.

신체의 아픔은 병원에서 치료해 준다. 하지만 느린 아픔의 시간 속에서 빠르게 치유될 수 있는 심리 치료약은 함께 해주는 보호자이고 지금 옆에 같이 있어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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