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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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7.12.0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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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희 수필가.

빗자루를 들었다. 뭐가 이리 지저분한지 볼 수 가 없다. 개집 주변을 치우며 혼잣말을 한다. 빗자루 끝에 뭔가 걸려 잘 쓸리지 않았다.

“뭐지? 또 뭘 물어다 놨어? 지저분하게......" 알아듣지도 못하는 강아지에게 지껄인다. 유난히 땅 속에 집착하는 것을 보고 궁금해서 보니 먹다 남은 뼈다귀였다. 음식을 땅 속에 감추는 게 개들의 습성인거다.

유난히 똑똑해서 자기가 감추어 놓은 곳은 절대 잊지 않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갑자기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1989년 「빽투더퓨처」 영화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타임캡슐(time capsule)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들과의 우정을 돈독히 위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각자 자신의 꿈을 적었다.

누가 보기라도 할까봐 꼭꼭 접어 비닐에 싸서 고무줄로 꽁꽁 묶은 후 운동장 한 구석 화단 옆에 묻으며 20년 후에 같이 와서 꺼내보자고 약속을 했다.

그렇게 우리의 타임캡슐이 완성되었다. 친구들과의 우정을 확인하며 자신들의 타임캡슐이 잘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그러기를 두세 번 정도로 파 보고 난 후 우리의 미래에 대한 꿈을 그 곳에 묻었다.

세월은 빠르게 변했고 시간은 정신없이 달아나 버렸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타임캡슐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모교이자 지금은 아들, 딸들의 모교인 학교를 찾아갔다.

학교도 그대로이고 운동장도 그대로인데 뭐가 변한 것일까? 타임캡슐을 어디다 묻어두었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다. 가로 세로 2Cm정도의 비닐로 꽁꽁 묶어 놓은 추억을 찾기란 바닷가에서 모래알 찾기보다 힘든 일임에는 틀림없다.

화단 근처를 살펴보다가 그냥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지금 타임캡슐을 찾는다고 해도 한 낱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그 시절 우리에게는 보물 제1호였던 것은 분명하다.

작은 종이에 뭐라고 썼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10대 소녀들의 꿈은 커다란 것이 아닌, 작고 소박했으리라 추측된다.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은 것이 전부라고 느꼈을 학창시절.

그 시절 우리가 꿈꾸던 미래는 지금의 모습은 다를지는 모르지만 그 꿈이 다른 모습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해 본다.

모교를 내려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학교 어딘가에 있을 나의 타임캡슐 안에는 나의 꿈과 추억을 묻어두고 마음 속 타임캡슐로 기억하리라. 그리고 가끔씩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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