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잖아
아프잖아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7.12.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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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숙 수필가.

“아프잖아 제발 그러지마."외치고 또 외쳐본다.'묻지 마' 테러를 당하고 숨진 20대 여성의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가해자는 무방비 상태의 여성을 살해했다는 것이다.얼마나 아팠을까.얼마나 무서웠을까.

화장실에서 나오다 참변을 당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왜 그랬을까. 피해자는 이유도 모르고 고인이 되었으니 부모. 형제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서울 강남 역 출구 쪽에 많은 사람이 위로의 쪽지를 붙이며 피해여성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표한다.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같이 아파하고 분개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 국민 수준이 참 많이 높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를 입은 사람과 아무 이해관계나 교류가 없어도 꽃을 갖다 놓고 위로의 글을 붙여 놓는 것을 볼 때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 그 마음이 참 고와 보였다.

이어지는 추모의 행렬을 보니 감동이 밀려왔다. 멋쩍어서 하지 못하던 일들을 이제는 당당히 하는 것은 그만큼의 의식이 발전 한 것 일게다. 불의에 맞서 소리높이지 않고 조용히 대처하는 방법을 스스럼없이 한다는 것은 남의 아픔을 멀리 보지 않고 내 아픔처럼 본다는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거칠고 삐뚤어진 성격을 가진 사람들도 참 많은 세상이다. 나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에게 잔인하게 폭행을 가하는 정신이상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어떻게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나쁜 마음을 먹을까. 무엇이 저들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메말라가는 사회를 탓해야 하나. 잘못된 교육을 탓해야 하나.

아름다운 사랑을 추구하는 청춘남녀들 사이에도 데이트 폭력이 많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사랑하는 사람을 뼈가 부러지도록 패고 온몸이 멍이 들도록 상처를 내는 사람이 사랑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의사가 되려는 남자는 여자 친구가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았다고 여자 친구 집에 찾아가 감금하고 무차별 폭행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남자는 사귀던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한다고 여자 친구를 찾아가 폭행하고, 집 앞에서 벽돌로 내리쳐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고 한다.

어느 여성 피해자는 경찰서에 찾아가 신고했더니 연인들의 다툼이라고 쉽게 넘어갔다고 한다. 수차례 신고를 했더니 “그냥 알아서 하세요." 라고 했단다. 무심히 넘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탓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관계 부처에서는 뒤늦게나마 신고를 받아서 강력한 처벌을 한다고 한다. 진즉 이렇게 했더라면 피해자가 줄어들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강한 방법을 내놓고 피해자를 줄이는데 노력한다고 하니까 반가운 일이다. 딸 가진 부모로서 안심해 보지만 얼마나 믿어야할지.

가해자가 정신이상자라는 이유로 불구속되는 사례도 있다. 이번 피의자도 그런 사람이라 한다. 혹시나 빠져나가려고 거짓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닐까. 허술한 조사는 사고를 방치하는 것일 게다. 설사 정신이상자라도 구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장실에서 나오다 당했다는 말에 우리나라도 화장실을 남자와 여자를 구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꺼번에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조금씩 개선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보이는 곳만 안전하게 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지하철 출입구에 빼곡히 붙어있는 메모지가 자랑스럽다. 하얀 국화를 소중히 내려놓고 추모를 하는 그들이 더욱 멋져 보인다.“아프잖아 다시는 그러지마." 폭력을 행사하려는 사람에게 간절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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