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품는 새해
가슴에 품는 새해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8.01.19 1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기연 수필가.

지난 토요일 아침 늦게 길을 나섰다. 한달 전 부터 가족 모두의 일정을 조율해 날짜만 정해 놓고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다.

당일 아침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남해 독일마을을 염두에 두고 여행코스와 맛집 검색을 하였다. 대충 아침에 짐을 꾸리고, 숙소도 정하지 않고 떠났다. 1년에 두 번 정도 가는 가족여행은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경우가 많다.

남해로 가는 길은 수월했다. 반대편 차선을 보니 차들이 거북이걸음으로 느리게 가고 있었다. 목적지를 남해로 정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랐다. 휴게소의 간식도 즐기고, 가는 동안에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숙소도 정했다.

이른 저녁 무렵 독일마을에 도착했다. 남쪽임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했다. 독일의 이국적인 풍경을 실컷 감상하고,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가 머문 7층에는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가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이 해돋이를 보러 가자며 깨웠다. 따뜻한 물 한잔과 커피 한 잔을 들고 스카이라운지로 나갔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해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물끄러미 한 곳을 응시했다.
바다위에는 부두에 정박해 있는 작은 배들이 보였고, 출어를 나가는 것인지 서서히 움직이는 배도 보였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해의 움직임이 보였다.

12월 마지막 날 아침이지만 우리 가족은 구름아래서 해의 그림자가 보일 때부터 두 손을 모았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 끝에서 붉은 해가 떠올랐을 때 소원을 빌었다. 두 달 뒤면 군대를 가는 둘째아들의 무사한 입대와 제대를 빌었다.

또한 큰 아들의 꿈이 이루어지고, 가족 모두의 건강을 담아 보았다. 한 해의 마무리를 성인이 된 두 아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새해 첫 날 아침 남편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나를 흔들어 깨웠다. 밖을 보니 교회 첨탑 주변으로 붉은 기운이 퍼지면서 동그랗게 떠오르고 있는 해가 보였다. 창문을 열고 사진을 찍은 후, 해의 기운을 둘이서 바라보았다.

어제는 어제대로 오늘은 새해 첫 기운으로 소원을 빌어본다. 해를 보면서 희망을 꿈꿀 수 있음에 감사해 지기도 하고, 지난 한 해의 과오를 반성해 보기도 한다. 1년을 새롭게 살아가면서, 오늘이 힘들더라도 내일이 있다는 믿음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이 모두에게 주어지길 바래본다.

새해에는 모두가 서로에게 복을 빌어 주며 희망의 말을 담아서 건넨다. 서로가 건네는 말 한마디가 뜨거운 햇살로 가슴을 따뜻하게 품어준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사람이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