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쉽게 가르치기
한국어 쉽게 가르치기
행복의 뜨락
  • 이명순
  • 승인 2018.01.30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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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순 수필가.

택배가 왔다. 꽤 묵직하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책들이다. 상자를 열고 주문한 책들을 확인하는데 기분이 좋다. 한 권 한 권 확인하는데 마음까지 뿌듯하다.책 표지만 봤는데도 벌써 책 한 권을 다 읽은 듯 기분이 좋다.

사실 주문한 책들을 언제 다 읽을 지는 모르겠다. 언제 부터인가 책을 사 놓고 읽지도 않은 채 책꽂이에 꽂아 놓기만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또 비슷한 책들을 구입한다.

요즘 구입하는 책들은 한국어 수업에 필요한 보충 자료로 활용할 책들이다. 활동지로 사용할 자료들을 만들려고 새로운 책들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부분만 찾다 보니 꼼꼼하게 정독은 못하고 여러 책들을 훑어만 보게 된다.

오늘 받은 책들 중에 “한국어 쉽게 가르치기"란 책이 있다. 저자는 의욕과 정열을 앞섰으나 경험이 부족하여 시행착오를 겪었던 자신의 초보 교사 시절을 떠올리며 같은 상황에 있는 다른 초보 교사들을 위해 수업에 필요한 실제적인 조언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지침서로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당연히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가르치려면 모국어인 한국어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일 매일 사용하는 언어인데도 학습자에게 문법적인 설명이나 이해하기 쉽게 제시하고 연습, 활동시키는게 참 어렵다.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 다른 사람과 의사 소통을 가능하게 해야 하는데 알기 쉽게 가르치는게 교사에게는 어려운 숙제다.오랫동안 초급 한국어를 가르치며 생겨나는 문제는 또 있다. 자주 사용하는 기본적인 명사, 동사, 형용사 위주로 간단한 생활문 종류의 문장만 구사하다 보니 어휘력이 점점 떨어진다.

초급, 중급, 고급의 어휘들을 적당하게 섞어서 사용해야 하는데 초급 위주의 어휘만 사용하다 보니 중급이나 고급 어휘들이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전문적인 어휘는 아니더라도 사회적 관계 유지에 필요한 어휘가 머릿속에 저장되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갑자기 필요한 어휘가 머릿속에서 빙빙 돌며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아진다.

초급 한국어의 문장 구조는 단순하다. 부사어의 사용을 줄여야 하고 문장이 짧아야 한다.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딸들은 가끔 내가 말할 때 외국인 같이 표현한다고 한다. 초급 학습자에게 문장을 길게 표현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두 개 또는 세 개의 어휘만 연결해서 단순한 문장 구조로 표현하는게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된 듯 하다.

그런 저런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해 책들을 구입했다. 하지만 책꽂이에 꽂아 둔다고 책의 내용이 내 지식이 되지는 않는다. 휴대전화를 볼 시간에 조금씩이라도 읽어야 하는데 눈이 침침하다는 이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내 지적 허영의 사치품처럼 책꽂이에만 자리하고 있지 않게 눈에 보이는 곳곳에 놓아 두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다짐하는 계획들이 있다. 올 한 해는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중에서 내가 미처 못 읽은 책들을 한 번씩은 다 꺼내서 읽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한 작가의 고뇌를 잘 알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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