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기쁨
사소한 기쁨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8.05.0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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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선 수필가.

“엄마 나 자랑할거 있어서 전화했어요.“ 청량한 딸애의 목소리는 내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사연은 이러했다. 2년 전에 기간제로 근무했던 학교 교감선생님이 호두파이를 합격 축하선물로 보내주셔서 학교 선생님들과 나누워 먹었단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그냥 고개만 끄덕일 사소한 일이지만 딸애에게는 기쁘고 행복한 이야기다.

얼마나 기쁘냐고, 그러니까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면 인정받는 거라는 축하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미라 덩달아 기분이 좋다.아침에 눈을 뜨지 않은 상태에서 “잡곡 예약을 시작합니다." 전기밥솥에서 말하는 소리를 들을 때 나 대신에 누군가가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은근히 기분이 좋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가벼우면 하루가 즐겁다. 목감기 때문에 물 삼키기도 어렵다가 나아져서 밥도 잘 삼킬 수 있을 때는 나만 밥을 잘 먹는 것 같아서 기쁘다. 달력 한 장을 넘길 때 내 맘에 드는 그림이 나오면 달력을 볼 때마다 미소를 띠게 된다.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지인을 만나 이야기하다 슬며시 내손에 사탕 한 알을 쥐어주며 “먹으면서 가"하고 헤어질 때 사탕이 참 달다. 친구가 시든 배추도 괜찮겠냐며 가져온 것으로 국을 끓여 먹으니 달착지근한 게 더 맛있다. 모처럼 나선 산책길에서 추위를 무릅쓰고 고개를 내민 새싹이 너무 반갑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 때문에 제때 물을 주지 않아서 시들었던 화초가 어느 날 고개를 들고 푸르게 서있을 때 반갑고 고맙다.

나이가 들면 사소한 일로 감격하고 사소한 일로 상처를 많이 받는다. 흘려들어도 좋은 말을 곱씹게 되고 오해를 하게 된다. 가족이나 친한 사이일수록 더 심하다. 특히 연로하신 부모님에게는 안부 전화 한 통화가 비타민 한 알 보다 좋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감정의 기복이 빠르다. 그래서 큰 선물 하나보다 작은 선물이라도 자주 드리는 게 사소한 기쁨을 맛보게 해 드리는 일인 것 같다.

온종일 우울할 때 친구가 보내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잔의 이모티콘은 우울한 마음을 저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다.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 한의학 강의를 듣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것은 작게 생각하고 나쁜 것은 크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고 말했다. 어느 환자가 고혈압 치료를 받는데 매번 다른 데는 아픈 곳이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고혈압 외에는 건강하다고 하자 갑자기 고혈압이 큰 병이라고 울상 지으며 말하기에, 평생 좋은 친구라 생각하며 지내라고 말해 주었단다.그리고 고혈압 약은 비타민 먹는다 생각하라고 말했다. 그 다음  진료 일에 만난 환자는 얼굴이 예뻐져 있었다고 한다. 사소한 일이라 생각하면 사소한 일이 되고 큰 일이라 생각하면 큰 일이 되는 것이 모두 내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의 말을 들으니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꽃이 피면 피어서 예쁘고 잎이 무성하면 푸르러서 예쁘다.유치원 다니는 조카가 멀리서 "이모“하며 달려와서 안길 때 조카는 나만 있는 듯 가슴 뿌듯하다. 사소한 일에 기쁨을 두면 세상에 기쁘지 않은 것이 없으리라~ 그래서 난 오늘도 딸의 전화 한 통 덕분에 온 종일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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