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안에 자목련을 비롯해 산수유꽃, 이름 모를 봄꽃이 가득하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기분도 한결 가볍다.
지난 1월 두 번의 교통사고가 있었다. 한 번은 눈 오는 날 커브 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해서 혼자 나무를 들이 받았다. 차 앞부분이 심하게 망가져서 공업사에서 일주일간 수리를 하였다.
새 차가 되어 나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후진하는 차가 또 한 번 앞부분을 부딪쳤다. 몸에 다른 곳은 이상이 없었으나 목부분에 충격이 있었다.
두 달 정도 물리치료와 침치료를 병행했다. 상대방의 과실로 인정되어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별 차도는 없었다. 배상담당 직원은 보험합의를 보자며 연락을 해 왔고, 나는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내서 충주 종합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그 날 진료 의사는 엑스레이를 보면서 4~5년 전부터 목디스크증상이 있었다며, 이번 사고로 증상이 더 심해진 거라며 대학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 봐야 시술부위를 알 수 있다고 하셨다. 궁금한 것은 많았는데 더 이상 답변을 듣지 못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그 날 이후 짜증만 늘고 기분이 우울했다. 사고가 났던 그 시점으로 돌아 가 스스로를 자책하고 그 곳을 지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좀 더 조심했더라면 하고 생각했다. 그 후 목 주변은 더 아팠다. 빨리 시술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 가 의심이 들 정도로 아팠다.
주변에 자문을 구하면서 목디스크 잘 하는 병원을 수소문했다. 충주에서 처방받은 약도 잘 챙겨 먹었다.한 달이 지나서 다시 그 의사에게 진료를 보았다. 그런데 내가 심각하게 이야기 하자 심한 정도는 아니라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그 순간 나는 플라시보효과라는 말이 떠올랐다. 플라시보라는 것은 '라틴어로 마음에 들도록 한다' 는 뜻인데 가짜 약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약의 성분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좋은 약이구나' 생각하고 먹을 경우 심리적인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명 위약효과라고도 한다. 남편이 늘 먹는 약이 있는데, 지나가는 말로 의사가 비타민을 본인 모르게 처방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의사의 말 한마디에 희비가 엇갈리는 환자에게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 해준다면 몸은 아프더라도 마음은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
친한 친구가 두 달째 서울에서 투병중이다. 아픈 것보다 우울증에 걸리겠다는 말에 시들지 않고 향기 좋은 비누 꽃으로 바구니를 만들어서 다녀왔다. 꽃향기가 친구의 마음을 어루만져 아픔을 견딜 수 있도록 응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