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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8.06.1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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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저녁 나절 장을 보기 위해 마트를 들렸다. 퇴근 무렵이라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입구는 조용하다.며칠 전 까지만 해도 입구에 서서 자신을 드러내며 인사를 하던 후보자들이 물러갔다.

선거를 앞두고 한 달 전부터 후보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보였다.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마을이 들썩였다.작은 지역이라 후보자들은 서로 선?후배로 오랜 인연을 맺어 온 분도 있다.

후보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한 자리에서 마주치는 상황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 반갑게 인사하고 응원하기가 힘들었다.모임이나 행사에는 주최자보다 후보자가 더 많을 정도로 북적였다.

후보자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선거운동을 했다.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옷을 고르다가 후보자의 특정 색깔 옷을 피하게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좋은 자리에 선거 차량을 세워 이름을 알리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중심지를 선점하여 번호와 이름이 쓰인 피켓을 들고 유세를 펼쳤다.

90도 각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후보자와의 대면이 처음에는 쑥스럽기도 했지만 마주하는 요령도 늘어났다. 그렇게 13일 동안의 본격적인 열전이 치러졌고 전국이 시끄러웠다. 선거가 끝나고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거리는 조용해졌지만 곳곳에 현수막이 앞 다투어 걸렸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사거리에는 게시판 자리뿐 아니라 기둥에 걸 수 있는 곳마다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선거전까지 만해도 후보자의 이름을 알리는 문구였다.선거가 끝난 후 당선자는 당선자대로 낙선자는 낙선자대로 인사를 올리는 문구로 바뀌었다.

선거가 끝난 후의 발 빠른 행보는 거리의 현수막부터 시작되는 듯 보였다.선거전보다 더 많은 현수막이 학연, 지연을 내세우고 만국기처럼 나부낀다. 하늘아래 깃발을 꽂는 것도 좋은 자리가 있음에 씁쓸하기도 하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색깔 없는 바람처럼 이제는 지역을 위해 곳곳을 발로 뛰며 누빌 수 있길 기대해 본다.이름을 내세우기 보다는 허울을  벗고 마음을 다해 뜻을 펼쳤으면 좋겠다. 더불어 이젠 정말 지역 주민의 뜻을 헤아려 제자리를 찾아 갈 수 있었으면 한다.

그들이 자리를 잘 찾아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친분을 앞세우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언제쯤 구름 한 점도 가려지지 않은 푸른 하늘을 오롯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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