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포에서
만리포에서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8.07.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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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어디를 가든 좋다고 생각했다. 지난 금요일 오후 병원 진료를 보고 남편과 둘이 여행을 떠났다.병원 주차장에서 20여분 상의 끝에 서해안으로 방향을 정하고 최종 목적지를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고 옛 노래의 첫 구절이 계속 맴돈 것이 이유이기도 했다.더위가 잦아 든 저녁 무렵 도착했다. 해수욕장 입구 한편에는 '만리포 사랑 노래비'가 세워져 있었다.

본격적인 성수기를 일주일 앞두고 있어서 바닷가 근처에 있는 숙소를 싸게 구할 수 있었다.야외 테라스에서 바다를 바로 내려다보며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흔들 의자에 앉아서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얼마 전 지인 한 분이 안면도에 혼자 며칠 묵으면서 책을 마음껏 읽었다고 하셔서 부러웠었다.이곳이라면 마음 놓고 혼자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저녁을 먹고 바다를 보며 산책을 했다.

모래밭을 걷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남편과 함께여서 좋았다.폭죽을 터뜨리며 즐기는 젊은이들과 곳곳을 비추는 불빛, 요란한 음악소리가 해변의 밤을 빛나게 하고 있었다.밤하늘의 반달은 유난히 밝게 빛나고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바다 중간쯤에는 워터풀장이 있었다. 수상레저시설이며 전기자동차, 바이킹 등의 놀이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늦은 밤이었지만 구석구석을 남편과 걸으면서 탐색했다. 좋은 곳을 둘러보면서 애들과 같이 오자는 말을 끝도 없이 이어갔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은 여행을 많이 다녔다. 계획 없이 다니기를 즐겼고, 돈을 아끼려고 음식은 해 먹고 차에서 잠을 자거나 텐트를 이용했다.청소년기부터는 차에서 잠을 자지는 않지만 변함없이 가족여행을 갔다.

작년에는 안면도로 갔었는데 그 곳에서의 추억 또한 좋았다.풍족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해 온 시간들이 있었기에 성년이 되어서도 마다하지 않았다.예쁜 숙소와 노을 지는 멋진 바다를 찍어서 가족 카톡방에 올렸다.

큰 아들이 부러움의 이모티콘과 함께 '다음에 같이 가자'는 말을 남긴다. 만리포해수욕장에는 젊은이들이 놀 수 있는 시설이 많았다.그것 때문에 아이들이 먼저 떠오르고 가족여행지를 염두에 두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산책로도 마음에 들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귓가에 노랫소리가 들린다.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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