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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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9.11.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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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아침 시간은 왜 그리 빨리 가는지 서둘렀는데도 늦었다. 급히 나가면서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 지하철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여러 번 전화를 하지만 묵묵부답이다. 큰 아들 수술이 있어서 엊저녁 원룸에서 자고 병원으로 가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서 애가 탄다.

병실도 몰라서 1층에 물어보니 개인정보라 알려 줄 수 없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병실을 찾았다. 숙면 중인 아들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큰아들은 일곱 살 때부터 중이염으로 병치레를 했다. 크고 작은 수술을 스무번 쯤 한 것 같다. 올 초에 고막성형수술을 크게 했다. 아들을 볼 때마다 자책감이 들었다. 

'어릴 적 좀 더 열심히 병원을 다녔더라면 나았을텐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언젠가 수술이 끝나고 속마음을 털어놨더니 '엄만 할 만큼 했어. 괜찮아'하며 위로를 건넸다.아들이 병원에 갈 때마다 그 말이 떠오른다.

늘 아픈 손가락인 아들이 성인이 되어도 완쾌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과연 할 만큼 했나'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번엔 청력을 좋게 하는 수술인데 지난번보다 수술 시간도 짧고, 하루만에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했다. 병실 침대에 누운 아들 옆 보호자 간이침대에 일거리를 늘어 놓았다.

오지랖 넓게 총무일을 여러 군데 보고 있는데 마무리 할 시간이 없어서 장부책을 싸들고 병원에 왔다. 6인실 병실에는 칸칸이 커튼이 쳐져 있는데, 열린 틈으로 옆 침대 간병인이 '일 하느라 바쁘시네요' 라고 말씀하시며 지나친다.

아들 병실을 지킬 때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고 밀린 일을 들고 오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챙겨온다. 그 날 밤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옆에 환자분이 밤새 가래를 빼내고 간병인이 돌보는 소리가 들렸다.

전날 밤에 입원한 큰아들이 수술 아침에 전화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잠에 취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간병인도 짜증이 났는지 환자의 물음에 투박한 말투로 대답한다. 하룻밤을 보내면서 심경이 어지럽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병실에 누워있는 친구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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