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핸드폰 속에 지우지 못한 문자
내 핸드폰 속에 지우지 못한 문자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3.06.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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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란 수필가.
지준란 수필가.

두 달 전에 청주에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음성에 접어 들어서 차를 2차선에서 운전하고 있었는데, 1차선에서 내 차를 못 보았는지 추월을 하려고 하다가 내 차의 운전석 쪽을 긁으면서 접촉 사고가 생겼다.

순간 나는 당황했고, 주행 중이라 갑작스레 서지도 못하고 조금 더 가서 갓길에 차를 세웠다. 내 차를 받은 차량도 내 차 옆에 차를 세우고 깜짝 놀라지 않았냐고 미안하다고 얼른 이름과 전화번호를 대며 저장을 하라 한다.

순간 나는 양심이 있는 사람 같아서 공업사에 바로 가서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하였더니 선뜻 그러라고 한다. 나는 무섭고 떨렸던 마음을 추스르고 공업사에 갔더니 수리비용이 40만원 든다고 한다.

가해 차량에게 전화로 비용을 말해주었더니 보험처리를 해주겠다고 하면서, 많이 놀라셨을 텐데 흑염소 엑기스 제조 회사에 다닌다며 내게 준다고 하기에 괜찮다고 거절하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일주일이 되었는데도 보험 접수를 해주지 않아서 내 차를 수리 하지 못하자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하였다.

설상 가상으로 전화도 안 받기를 10일이나 지났는데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 쌍방 과실로 보험 처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아니 이렇게 양심을 저버리나 싶어서 경찰서를 찾아갔다. 경찰서에서 나는 양심이 바로 서지 않은 사람을 바로 잡기 위해 고소를 한다고 했더니, 나를 상담하신 분이 나 또한 신고해도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것은 그때 사고가 났을 때 경찰을 불러서 사고 경위를 증명하던가, 나중이라도 블랙박스 증거를 확인을 해야 하는데 블랙박스를 달지 않았기에 증명 하려면 힘들다고 나를 설득한다. 이 사고로 공부 했다고 생각하라고 위로 하신다. 나는 그 때 당시에 양심이 있었던 사람이라고 믿고 싶었는데, 그 양심 속임수에 당한 것이 억울해서 한참을 경찰서 앞에서 고민 하다가, '그래 큰 공부 했다' 다짐하며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나의 원리 원칙을 따지지 못하는 우유 부단한 성격 탓과 그 사고 현장에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했고, 증거를 못 남긴 내 불찰이 나를 가슴 아프게 했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믿었던 양심을 저버렸다는 허탈함에 한동안 마음이 좋지 않아서 가해 차량 차주에게 문자를 보냈다.

인생 살면서 양심을 저버리고 살면 다음에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로 화가 돌아온다는 글귀를 남겼다. 다른 문자는 읽었는데 마지막에 보낸 양심에 대한 문자는 읽지 않고 있는 듯 하다. 그래, 이제 사고 난 지 두 달이 되었으니 나도 지우련다. 이 일을 통해서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양심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그 사람 양심 있고, 바르고 정직한 사람이야 하는 소리를 듣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내게 반문을 해 본다. 내 폰 속에 지우지 못한 문자 깔끔히 지워 버리고 내 양심 잘 지키고 살자고 다시 한번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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