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기차 여행
낭만 기차 여행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3.07.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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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란 수필가
지준란 수필가

비석 새마을 금고에서 주최하는 낭만 기차 여행을 신청하자고 남편이 제안했다. 별 재미도 없을 듯 하여 신청 해야 하나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차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남편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였다.

음성에서 정동진까지 왕복 10시간 일정으로, 500명이 기차를 관광 버스처럼 대여해서 다녀오는 관광 열차 여행이었다. 이른 아침에 기차를 타러 갔더니 기차 호 별로 줄을 서고, 좌석 안내를 받고, 여행 안내를 듣는다. 나는 점점 설레이기 시작했다.

어쩌다 아는 사람이 보이긴 했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함께 했고, 무엇 보다도 남편과 손잡고 같이 여행하니 더 즐겁기만 하였다. 내 차를 가지고 여행하면 좋은 점도 많이 있지만, 기차로 여행을 하니 운전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풍경 구경도 하고 피곤하면 잠을 청할 수 있고, 나름대로 좋은 점이 많이 있어 오고 가는 길 내내 기분이 좋았다.

기차를 타고 5시간이 지나서 정동진에 도착하였다. 점심 먹고 자유시간 1시간 30분이 주어 졌지만 날씨도 많이 더웠고, 같이 기차 여행을 간 일행들의 평균 나이가 60대가 넘다 보니 바닷가 해변을 걷기에는 무리가 있었는지 기차역 대합실에 옹기종이 모여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다들 행복해 보였다. 그나마 젊은 나와 남편은 모래 사장을 거닐어 보면서 인증샷을 찍고 추억을 만들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편안하고 즐겁게 다녀 온 뜻 깊은 여행이었다. 
평소 직장에 다니고 주말엔 농장 가서 풀과 씨름을 하면서 바쁘게 살다 보니 이렇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무엇보다도 신혼 관광 열차를 타고 신혼 여행을 다녀왔던 추억이 떠오르며 신선하기도 하였다. 기차 안에서 서로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편안하게 대화도 하니 참 좋았다. 바쁜 속에서도 시간의 여유를 갖고 즐기며 산다는 것은 참 행복한 듯 하다.

여행을 하고 또 그것을 추억하고 그리는 순간들이 모두 행복이 된다. 그렇게 행복을 만들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가 싶다. 2000년을 맞이하면서 음성군에서 주최하는 신년 해맞이 버스를 타고 정동진에 다녀 왔던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 때는 어렸던 우리 세 아이를 업고 안아서 밤새 버스를 타고 다녀왔던 그 시간이 그립다. 20년이 흐른 뒤에도 우리 부부가 두 손을 꼭 잡으며 기차를 타고, 함께 추억을 쌓는 날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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