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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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3.11.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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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란 수필가.
지준란 수필가.

얼마전 남편 친구들과 필리핀 보홀 이라는 곳을 다녀왔다. 국내에선 남편과 같이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해외로 간 것은 처음이었다.친구들은 남편이 고등학교때부터 만난 친구들이라 친하기도 하지만 남편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둘도 없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인지 모두들 더 즐겁고 신나는 여행을 했던 것 같다.부부동반으로 같는데 다가지는 못하고 몇몇은 혼자 가게 되었다. 아내들이 없거나 바쁘고 또 몸이 안 좋아 혼자 가게 된 친구들도 있었다. 모두들 각자의 짝을 챙기려고 애쓰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이들이 60대가 넘어서 자식들은 제짝들을 찾아가고 우리들 건강을 염려 하고 서로가 이 마음 저 마음을 알게 된 노년에 접어들게 된 연령들이 된 나이가 되었다.직장을 퇴직하고 집에서 무료 하게 노는게 싫어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애쓴다는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며 우리는 즐겁게 여행을 잘 다녀왔다.

제일 추억으로 남은 것은 스노쿨링을 했을 때였다. 나는 수영도 못하고 물도 무섭고 그랬으니 겁에 질려서 벌벌 떨었다. 바다 한 가운데로 들어가서 바다 깊이가 2미터 되는 물속에서 예쁜 물고기들과 산호들과 거북이들을 보라고 하였다.

남들도 하니 나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4명이 짝이 되어서 튜브를 이용하고 스노쿨링 장비를 끼고 물속으로 들어 갔다.생각보다 물은 깊었고, 나는 심장이 멎는 듯 하여 배웠던 스노쿨링 요령법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튜브만 잡으면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안간힘을 써서 튜브를 끌어 안았더니 내 머리는 물속으로 들어가서 발은 물위로 자꾸 올라오니 짠물만 먹고 헤매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자기도 수영을 잘 못하는데 내가 더 허우적거려 신경이 엄청 쓰였으니 이렇게 해 저렇게 해 말을 많이 하지만 나는 더 그럴수록 튜브만 살길 이라고 더 부여 잡는 꼴이 되었다.

남편은 내가 물속에 빠져 죽을까 봐 걱정이 되었는지 물 밖으로 나왔는데도 계속해서 내게 설명을 하고 또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잔소리 이지만 짝을 잃을까 봐 염려가 더 컸던 듯 보여서 나는 듣기만 했다.

그렇게 나는 내 짝을 또 확인 하게 되었다. 나를 걱정해 주고 옆에 있어 소중한 내 짝이 건강하게 내 옆에 같이 시간여행을 하는데 편안하게 동참 할 수 있도록 잘 받아 줘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와 남편은 20대 때 중매로 만나 1년간 교제를 하고 결혼을 하였다. 처음엔 자상한 게 좋아서 결혼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때로는 잔소리로 들려서 많이 부딪혔다. 서로가 바라보고 믿어주고 기다려 주면 좋을 텐데, 내 짝의 마음도 내 마음과 똑같을 거라는 착각 속에 집착하고 명령을 반복하였다.

그 결과 불협화음이 많아 서로 마음 고생을 많이 하였다.지금 생각해 보면 서로 이기려고 하는 마음이 컸던 것이었고, 또한 내 짝은 내 것이라는 착각의 굴레 속에 엉켜 있던 실타래 같았다. 지금은 60대의 황혼기에 접어 들면서 다시 눈을 뜨는 것 같다.

서로가 옆에 있어 든든하고, 제일 만만하여 견주지 않아도 좋은 내 짝꿍, 이것이 지금의 내 짝이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혼자가 되겠지만 인생의 짝으로 함께 버스에 탔으니 마음을 합하여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며 인생버스가 종착역 갈 때까지 같이 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한때는 잔소리였던 이야기가 이제는 자상한 말로 들리는 나를 보면 나도 거기에 발 맞추어 살고 있는 것 같다. 결혼할 때 성혼 선언문에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되도록 같이 하겠다는 그 약속 굳건히 지키며 내 짝을 지키고 함께 해야지.

함께 탑승한 인생버스 사고 나지 않도록 보조도 잘하며, 같은 버스에 승차하여 바라보는 종착역도 같을 테니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 남은 인생여정의 버스를 잘 타고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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