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있게 먹이주기
균형있게 먹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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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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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아침 바람이 차갑다. 씻지도 않고 편한 옷차림으로 서둘렀는데도 늦었다. 헬스장 문을 열고 들어서니 며칠 동안 드나들며 마주쳤던 어르신 몇 분이 운동을 하고 계셨다.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등록하고 시작했다.

짧게 스트레칭을 하고 러닝머신에 올라서서 천천히 걸었다. 할 줄 아는 운동기구가 별로 없어서 근력운동은 곁눈질로 다른 분들 하는 걸 보고 따라 했다. 일주일에 세 번은 꼭 가리라는 다짐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다.

운동기구 사용법은 다행히 친구의 도움으로 몇 가지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내가 운동하는 걸 유심히 보더니 오른쪽과 왼쪽이 균형이 맞지 않는다며 바른 자세를 알려줬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호흡법에 맞게 기구를 사용하려고 집중해서 운동했다. 친구가 한 말을 떠올리며 허리를 세우고 들숨과 날숨을 제대로 하는 것이 어려웠다.

몸의 균형에 집중하면서 마음속에 어지러운 생각도 잠시 내려놓는다. 꾸준한 운동으로 균형 잡힌 몸만들기를 새로운 목표로 세웠다. 그 결심이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근할 것이다.

그러나 수시로 무너지는 마음의 균형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북아메리카 인디언 체로키 부족에게 전해지는 '두 마리 늑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마음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이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에 관한 생각이 깊어지는 이야기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사람의 마음속에 두 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다며, 그 늑대의 이름은 '선'과 '악'이라고 말한다. '선'은 온순하고 사랑스러우며 늘 희망에 차 있다. 반면에 '악은' 화를 잘 내고 질투랑 욕심이 가득해서 열등감으로 차 있다. 두 늑대는 서로 먹잇감을 차지하려고 내면에서 싸우고 있다.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두 마리 늑대가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고' 묻자 할아버지는 '네가 먹이를 주는 늑대'라고 말한다.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내 안의 두 마리 늑대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런데 긍정적 감정만 있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외면하지 말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두 마리 늑대에게 모두 먹이를 주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마음의 균형과 감정 관리에 대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올 한해 나의 감정을 돌아보니 슬픔과 두려움, 열등감과 욕심이 뒤엉켜 한쪽으로 치우친 부정의 기운이 많았다. 다른 때보다 일도 힘들지 않았는데 빈틈이 자꾸 생기고 심경이 복잡했다.

운동기구에 앉아서 어깨너비로 발을 벌리고 기구 봉을 잡는다. 숨을 들이마셨다가 힘을 줄 때 천천히 내뱉는다. 몸의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마음의 균형은 감정을 잘 살피는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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