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연점
발연점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4.01.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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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밥이 뜸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밥 짓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햅쌀로 지은 밥은 윤기가 돌고 김치만 있어도 맛있는 성찬이 된다. 평소 밥보다 빵을 더 좋아하고 하루에 밥 한 그릇도 안 먹는 내 모습과 다르다. 밥맛이 좋아졌다.

요즘 방학을 하면서 아침에 다니던 운동을 수업 중간에 틈이 나면 간다. 여유시간이 있다 보니 일찍 일어나지 못하고 이불속에서 뒹굴다 보면 나오기가 귀찮아서이다. 헬스를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되지만 운동기구 사용법을 모르고 하는 경우도 많다.

운 좋게도 초등학교 친구와 헬스장에서 만나게 되면 그 친구가 하나씩 기구 사용법을 가르쳐 줬다. 헬스 전문가인 친구는 호흡하는 방법부터 운동기구마다 다른 효과에 대해서 박식했다. 스포츠교정 자격증도 있다며 내 몸이 틀어져 있는 부분까지 찾아내 천천히 일러줬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운동하러 갔다. 한 달쯤 지나서 몸무게를 재보니 살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밥맛이 좋을 만큼 적당히 운동하고, 전보다 더 밥을 많이 먹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러닝머신은 힘들만 하면 내려오고, 다른 기구도 가벼운 무게로 사용한다.

평소대로 30여 분 정도 러닝머신을 타고 내려오는데 지켜보던 친구가 한마디 했다. 열량이 소모되는 시점에서 그만둔다며, 30분 이상 지나야 그때부터 살이 빠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요리할 때의 발연점에 비유한 친구의 표현이 탁월했다.

오일로 요리할 때는 발연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발연점은 오일에 열을 가했을 때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로 기름이 타기 시작하는 온도이다. 오일이 타기 시작하면 식품 속의 풍미가 타버리고 오일 속에 들어 있는 영양소와 항산화 작용과 항노화 작용을 하는 식물성 화합물도 파괴하기 시작한다. 

발연점은 오일마다 조금씩 다르고 오일을 어떻게 정제하느냐에 따라서 같은 오일이라도 차이가 난다. 발연점이 낮은 오일로 가열하여 발연점 이상으로 요리하게 되면 좋은 오일이라도 트랜스 지방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게 된다.

친구의 '발연점'이라는 세 마디 말이 운동하는 자세를 고쳐주었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동을 위해서는 기구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적정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친구 말에 의하면, 운동기구 사용법을 모두 습득한 후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짜고 지금은 가볍게 운동에 재미를 느끼라고 했다.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가끔 마주치는 친구가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주고 있다. 살이 빠지지 않더라도 건강의 적신호를 미리 감지하고 시작해서 다행이다. 오늘도 건강한 발연점을 찾으러 계단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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